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ADMIN 2018. 02. 18.
 함부로 손대지 말 것
글쓴이: 이을로   날짜: 2012.08.09. 17:19:27   조회: 1269
제목 없음

함부로 손대지 말 것

푹푹 찌는 날씨 속에서도 새벽은 서늘해.

수돗가에 쪼그려 앉아 조루에 물을 가득 받아 백화등부터 물 줘.
백화등 밑 쪽으로 군데군데 빨간 단풍이 들었어. 곱네.
그런데 이 놈은 왜 벌써 단풍이 들었지.
입추 날에 지들끼리 찐한 파티를 했나?

으아리는 겨울을 날 털공을 이미 다 부풀려 놓았어.
그늘에 버리듯 놓은 자생란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새끼를 쳤어.
고생했다. 더운데 새끼 낳고 키우느냐고.
아침 찬물 샤워 해라.
간만에 물 흠뻑 주고 꺼칠한 에미 등짝 어루만져 줬어.

옥상의 고추들은 이름 값을 하는군.
한 나무에 반 조루씩 물을 먹어. 엄청나.
공평하게 나눠 주고 청양고추에는 조금씩 물을 더 줘.
매운 놈일수록 물을 많이 먹어.
앞으로 매운 놈은 절대 안 기를거야.
먹을 때 열받게 하고 물줄 때도 날 힘들게 하거든.

옥상 위에서 학학대며 여름을 보내고 있는 내 애인, 조팝.
우측 가장자리에 있는 애는 올 여름 더위가 힘든가 봐.
이파리 색이 약간 변했어. 염려 돼.
여름에 뭉쳐진 힘으로 겨울 모진 바람을 이겨야 하는데...
물을 잔뜩 준 후, 스며들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줬어.
'변치 마라. 나, 너 보는 재미로 산다.'
말을 건넸는데도, 애가 뭐가 삐쳤는지 대답을 안 하네.

조루를 옥상 가장자리에 놓은 후
마당으로 내려가.

쪽두리꽃잎이 돌길 위에 우수수 떨어진 것, 내 안중에 없어.
진 자주색에 흰 알갱이가 박힌 톱풀꽃도 무시했어.

목련 나무 앞에 쪼그려 새로 심은 백화등을 찬찬히 살펴봤어.
길게 뻗은 한 가닥은 목련 밑둥을 벌써 감았어.
음.... 이쁘네. 새로 난 연두색 잎들. 정말 이뻐.
손을 뻗었다가 얼른 거둬 들였어.
얘들의 여린 살에 생채기 생길지도 모르잖아?

// 오늘은 새벽공부가 하기 싫다. 옥상과 마당의 꽃들하고 얘기 나누는 것으로 대신했다. 이야기 끝내고 나니 산자락에 해가 삐죽 올라온다. 책상에 앉으니 등에 땀이 송글송글. 음... 기분 좋다. 2012 08 09 두강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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